노트에 일기를 써온지는 4년 정도 되었다. 매일 쓰진 못했지만 틈틈히 썼다. 나이가 드니 세세한 일상이 잘 기억이 안나기도 하고, 아이들과 함께 해온 일상을 훗날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시작했었다.
항상 일기에 뭘 써야 하는가? 고민이 되곤 했다. 훗날의 나도 어차피 기억할 것 같은 일상일 것 같아도, 전혀 정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생각해서 친절하게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나중에 내 아이들이 읽어볼 때에도 결국 아이들은 나의 사정을 잘 모를테니 세세히 써보자 했었다.
그렇게 세운 목표는 어느정도 이상적이긴 하였으나 그와 다른 날도 많았다. 풍성하게 쓰여진 날도 있었지만 대부분 짧은 일기가 되었던 것 같다. 진짜 쓸말이 없을땐 그냥 아 심심하다. 졸립다. 피곤하다. 이런 식의 감정을 늘어놓는 이야기 뿐이었다.
특별히 일기가 목표에 따라 잘 쓰여진 날은 유독 불안하거나 긴장하며 기다려야 하는 날이었다. 예를 들면, 인턴 첫날 긴장되지만 할 일이 하나도 없는 그런 날. 그렇게 불안하고 긴장되지만 일이 없는 어색한 상황에 휴대폰을 보고있자니 너무 노는거 같아보이고, 그런 상황에 일기쓰기는 너무나 좋은 일거리가 됐다. 머릿속에 쌓여가는 어려움들을 하나씩 꺼내서 늘어놓는 것 같아서 스트레스를 덜어주었던 것 같다.
일기는 그렇게 나의 생활에서 중요한 습관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야기하기도 좋지만, 대화는 항상 조심스럽고 신나게 떠들다가도 실수한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되곤 했다. 또 나이가 들고 동생들이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더 듣는 편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나에게 일기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여도 묵묵히 들어주는 친구 같은 느낌도 들었던 것 같다.
일기쓰기는 이뿐만 아니라 내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그런 와중에 나는 이제 나의 일기를 모든 사람에게 오픈해보기로 했다. 나의 일기는 사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다른이가 듣는다면 내게 무슨 말을 해줄까? 그들은 어떻게 느낄까 궁금했다. 요즘은 비디오가 대세라지만, 비디오도 결국은 글쓰기가 시작이기에 나는 고전적으로 온라인 글쓰기에 몰입하기로 한다.
물론 사적인 이야기를 모두 온라인에 오픈 할 수는 없지만, 나 이외의 독자를 고려하는 글쓰기는 또다른 재미를 줄 것 같아서 많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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