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L이 없는 날이라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N이 와서 화요일에 해야하는 일을 좀 도와주고 갔고 수요일에는 지난달 리타이어하신 Y가 와서 수요일 일을 돕는다. L은 막상 휴가를 가면서도 일이 잘못될까봐 걱정을 한가득 하시고는 메일로 I know you guys will rock it! 이라하셔서 웃음이 났다.
L은 디자인팀의 리더인데 경력이 35년이나 됐다. 회사의 출간물을 제작하는데에 인생의 절반을 쏟아부으셨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부터 해 오셨다며 모두 손으로 기사를 잘라 붙여 만든 옛날 작업물을 보여주셨는데 참 신기했다.
지금 나에게 직장의 중요한 가치는 오래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회사였고, 그러기 위해선 자본이 안정적인 회사이기도 해야했지만 사람이 참 중요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게 참 중요했는데 이 회사는 그런 기준을 모두 충족한 회사다. L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모두 친절하고 배려깊다.
나는 영어를 잘 못하니 사람들 반응을 무척 살피게 되고 내 엉터리 영어를 들은 사람의 표정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곤 한다. 혹시 나를 무시하는건가? 화났나? 그런 여러가지 걱정으로 혼란스러워 지는데, 이곳은 어느 누구도 내 영어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없고 내가 버벅대더라도 천천히 기다려준다. 마음이 편하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게 되는 단점도 있지만 이처럼 좋은 영어공부 환경도 없는 것 같다.
다시 대학에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림을 배워 다른 커리어를 찾는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연봉 인상이 있는 것도 아닐 것 같고, 내가 이 보다 더 마음 편한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학교는 어쨌든 등록은 해두고, 한과목씩 듣더라도 공부를 계속 하긴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해서 계속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느낌이 계속 든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그런 변화가 무척 두렵고, 더욱 안정적인 커리어, 직장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소소한 나의 회사 책상 사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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